1년에 적어도 3번, 오래된 벗들을 만나듯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이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 여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사실은 이미 회원인) 이 모임은 바로 ‘한국여성정신의학회’의 월례회이다.
이 모임이 시작은 19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동순, 송남옥, 우행원, 김행숙, 조완숙, 주문희, 박성숙, 김경희 회원이 주축이 되어 월 1회 목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만나던 모임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서 한국여자의사회 주관의 주부건강 상담 중 주 1회 정신질환 무료 상담, 안양소녀원 무료진료, 여성 민우회 산하의 가족 성상담소와 성폭력 상담소에서의 상담, 등 여성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하였다.
이 모임은 1986년 1월 33명의 발기인이 참여하여 여성정신건강연구회의 발족으로 이어졌고 1996년 한국여성정신의학회로 명칭을 바꾸어 지속되었다.
2006년에는 신경정신의학회 산하 연구학회로 등록하여 더욱 학술적인 체계를 갖추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2000년을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여성만을 회원으로 하는 모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는 회원들 사이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식이다.
한국여자의사회의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의협에 신고한 의사 118, 329중 23,929명 (23.2%) 가 여자 의사이고, 그중 정신과는 749명의 여의사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듯 20%가 넘는 여의사가 활동하는 지금과 20, 30년 전 매년 배출되는 여의사가 20~30명이었던 시절에 가졌던 여의사의 모임이 같은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70년대, 80년대의 매월 이루어진 모임이 여의사들의 정서적 교류 및 연대 의식을 가지게 해 주는 의미가 있었다면, 지금의 한국여성정신의학회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갱년기 여성의 정신건강과 같은 학술적인 주제 및, 소설, 영화와 같은 문화를 매개로 한 학술 토의, 탈북 여성들의 인권 등에 대한 연구 수행 등 다양한 활동들은 본 학회의 다양한 전문학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는 unmet needs를 충족하고자 노력해 왔다.
정신과 여의사의 학술연구와 국제교류 및 자질향상,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복지라는 한국여성정신의학회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1987년 7월 월례회>
박완서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정신을 어떻게 자유롭게 하였나」 (김동순 선생님 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