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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와 난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제안
이민자와 난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제안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 승인 2022.12.26 1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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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순 회원(창원경상대학교병원)

 

2022년 대신정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주민과 난민의 정신건강지원에 관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이미 2백만명이 넘은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주제였다. 특히 이번 심포지움에는 학회내 정신과 의사들만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만나고 있는 비영리단체에서 참석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유엔난민기구와 한국 이주민건강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우리나라 이주민과 난민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진료실 밖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캐나다에서 방문한 이재헌 교수는 캐나다 일상의 다양성과 이주민들의 지원에 대해서 소개해주었고, 마지막 연자 정찬승 원장은 이주민의 언어로서 의사 소통하며, 분석치료를 적용하였던 귀중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주민과 난민의 정신건강 지원은 비영리기구 또는 학회 등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다학제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심포지움 형식 자체가 말해주고 있었고, 각 연자들의 발표내용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할 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병원 CAMH의 SAMI (Social Aetiology of Mental Illness) 프로그램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2년간 근무하였던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10부터 2015년까지 캐나다 정부에서 지원받아서, 토론토 대학과 CAMH에서 운영한 다학제 프로그램으로서, 토론토 대학 정신과 Samuel Noh 교수와 Kwame McKenzie 교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진행되었으며, 5년 동안 40명의 졸업자를 양성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정신건강의 사회결정인자, 문화정신의학, 불평등, 지리공간시스템, 성 소수자의 정신건강, 과학철학, 공공보건 등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수업 참석, 개인 및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하였다. 특히, 이 기간 동안, 토톤토 대학 및 멕길 대학의 문화정신의학을 담당하는 교수들과 만나서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들은 큰 행운이었고,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번 심포지움 이후에 학회가 나아가기를 바라는 방향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안하려 한다.

 

이민자와 난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과정은 연구, 정책 그리고 임상 등의 채널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 측면에서는 APA에서 발간한 ‘social determinant of mental health’ 라는 책이 유용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요인은 기계론적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주의적 접근으로서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관련 요인을 말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인자로서 차별, 조기 부정적 경험, 부족한 교육 경험, 실직, 경제적 불평등 및 가난, 불우한 주거환경, 불안정한 거주 지역, 의료시설 접근에 어려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이주민과 난민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머물고 있는지에 따라서 서로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은 개인의 권리와 민주주의 중심인 북미와 유럽의 환경과는 분명히 사회문화적 환경은 다르다. 오랜 역사와 전통, 수많은 전쟁 경험, 외부세력에 의한 서구화 문명, 급격한 경제적 발전의 맥락에서 이주민과 난민들은 다양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어떤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이주민과 난민에게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둘째, 이러한 연구결과에서 나온 요인들은 하나 둘 쌓여서, 결국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다. 직장에서 미묘한 차별(microaggression)을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이주민에게 진료실에서 임상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정책은 진료실에 방문하는 이주민 숫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 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금지, 학교에서 다문화 수용에 대한 교육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사회적으로 큰 사건들이 발생한 이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 결과들의 근거 하에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과정 일 것이다. 물론 연구와 정책 결정 사이의 간격은 무척이나 크다. 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정치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지는 과정도 긴 시간들이 소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문화 정책은 이주민과 국민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다 같이 살아 가기 위하여, 차이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향해 나가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 과거 사건들은 많다. 대표적 예로서, 과거에 캐나다가 원주민을 백인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진행한 문화 강요 정책을 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결과로서, 캐나다 문화정신의학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원주민 (first nations, Inuit, Metis)의 자살 및 정신건강이 지속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세번째는 임상적 관점으로서, 문화가 다른 사람과 면담을 위한 기본적인 이해와 태도에 관한 것이다. 캐나다 멕길 대학에서는 1950년대부터 사회 및 문화 정신의학 파트가 생겼으며, 문화자문 (Cultural consultation)에 대한 임상과 연구를 해 나가고 있다. 이 그룹에서 여러 다양한 연구 결과와 책을 출판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임상 연구 결과는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적응장애를 가진 이민자를 정신병적 장애가 있는 환자로서 진단을 내리고, 많은 약물 과 불필요한 입원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른 사람과 면담을 위해서, 치료자는 문화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이 필요할 것이며, 이민자의 현재 문화와 과거의 문화에 대한 태도로서 문화변용 (Acculturation)을 파악하고, 이주 시기의 상황, 고유의 문화가 현재 증상과 치료 방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민자와 같이 진료실에 들어오는 통역자 및 cultural broker 와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이민자와 면담을 이어 나가는지에 대한 실용적 이해도 필요하다. DSM-5에서 문화정신의학적 큰 변화는 Cultural formulation interview 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른 이민자에게 어떤 질문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내용을 모두 외우거나, 질문들을 모두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그 질문들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실제 면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난민에 대해서는 이민자와는 조금 더 다른 이해와 접근이 임상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탈출 당시의 상황, 탈출 과정에서 다양한 트라우마 경험, 난민 자격을 얻기 위한 행정적 절차에서 모욕감과 수치심 등등을 고려해야 하며, 탈출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진료 환경에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방문자를 자세하게 면담하고 관찰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현실이다. 앞에서 언급된 다양한 임상적 요소들을 고려하기 힘들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태도는 낯선 환경의 이주민이 의료기관에서까지 거절당하는 경험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 정도가 아닐까 한다. 향후에는 이런 문화적인 고려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의 바쁜 의료 현실에 맞는 임상 가이드 라인 제작이 필요할 수 있으며, 전공의 수련에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수련 가이드 라인이 필요 할 수 있다.

 

문화정신의학은 처음에 식민주의 관점의 학문에서 이주민과 난민의 정신건강 중심의 학문으로 발전하였다. 한쪽을 일방적으로 도와주고 변화를 강요하는 동화정책이 아니라 서로가 다양성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에 들어서, 같은 민족내 에서도 종교, 성별, 성적 취향, 장애 유무 등에 따라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 관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향후 다양한 기관들과 학회에서 임상, 연구, 정책 등의 활동들이 활성화되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귀중한 자료와 제도 등을 잘 만들어 나간다면, 결국 우리 사회내 또다른 마이너리티에 대한 접근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철순

경상국립대학교 및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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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익study 2023-09-23 18:24:18
디씨 등 검색: 창원, 경상대병원 ㅇㅊㅅ 관련인 공부 모임
왜 이러고 사는지 이해 불가 관련된거 유튭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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