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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of Western Ontario 연수기 - 조윤지 회원(삼성서울병원)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 연수기 - 조윤지 회원(삼성서울병원)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 승인 2022.12.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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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4주의 기간 동안 캐나다 런던 소재의 Victoria Hospital과 Parkwood Institute에서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아직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서의 연수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코로나 상황을 비관하여 연수 가는 것을 반쯤 포기하고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께서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에서 연수자들을 환영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신 것이 이번 연수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에서 근무하고 계신 이재헌 교수님의 지도와 도움으로 알차고 유익한 시간을 잘 보내고 무사히 귀원할 수 있었다.

내가 연수하게 된 곳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권역병원인 Victoria Hospital과 만성병원인 Parkwood Institute였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급성과 만성 치료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또한 FEMAP (First Episode Mood and Anxiety Program), PEPP (Prevention and Early Intervention Program for Psychoses), Adult Eating Disorders Service와 같이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고, CBT, DBT 등의 정신치료에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유익하고 풍부한 경험이 될 수 있었다. Supervisor이신 이재헌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경험을 고루 하고 싶은 나의 희망사항을 십분 반영해주셨고, 외래, 병동, 협진, 소아정신의학, TMS, ECT, PEPP, FEMAP 등 다양한 클리닉을 아우르는 참관 스케줄을 조율해 주셨다.

연수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의료시스템 자체의 차이였다. 일차 진료의인 family doctor로부터 referral을 받아 3차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다시 family doctor에게로 refer back하는 시스템이었으며, 신환은 90~120분, 재환은 20~40분 정도의 진료시간을 가졌다. 환자마다 자신이 다니는 약국이 따로 정해져 있어, 진료의가 해당 약국으로 처방전을 직접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본원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인력 및 대기 문제로 심리평가나 EEG, MRI를 비롯한 많은 진단적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 그래서 그만큼 clinical interview를 통해 많은 정보를 파악해내야 한다는 점도 새롭고 다른 점이었다.

Victoria Hospital은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원이었던 만큼 안정병동과 응급실의 규모도 상당했다. 보호실에 해당하는 PICU (Psychiatric Intensive Care Unit)가 12개 있었고, ordinary unit은 SCU (Specialized Care Unit)와 일반병실로 다시 나뉘었는데, SCU는 다른 환자들과 함께 병실을 사용하기에는 증상의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쓰는 1인실이었다. PICU에서는 상태가 안정되면 ordinary unit으로의 외출증을 받아 관찰의 시기를 거쳤다. 72시간 이내로 퇴원을 고려하는 SSU (Short-term Stay Unit)도 따로 있었는데, 주로 장기간의 입원의 치료적 이득이 적은 환자들을 (마약중독자, 이차적 이득이 있는 자) 수용하고 있었다. 응급실에는 보안요원이 상주하고 있고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1인실이 여럿 있었다. 하루에도 13~25명까지도 정신과 환자들이 온다고 하고, 병실 부족 문제로 입원 대기 중 응급실에서 며칠씩 입원도 하고 응급실만 따로 회진을 돌기도 한다고 하였다. 병동과 응급실에서는 늘 환자의 인권과 치료 필요성 사이에서 근심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제입원한 환자가 아무리 증상이 심하고 현실검증력이 저하되어 있을지라도 일단 환자가 투약을 거부하면 법원에서 심리를 거치기 전까지는 약물치료가 진행될 수 없다고 하였다. 법원까지 가지 않고도 환자가 투약에 동의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설득할 방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만성병원인 Parkwood Institute에서는 ECT 및 TMS clinic, 외래 및 병동을 참관하였다. 만성병원이라고 들었을 때는 주로 만성 조현병 환자들이 장기 입원하는 시설로 생각했지만, 이곳에서의 ‘만성’의 기준은 family doctor에게로 refer back 하지 않는 모든 환자들을 통칭하는 개념이었다. 이곳에서는 마약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나 complex PTSD의 history를 가진 환자들도 상당수 볼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만성병원의 진료를 받는 모든 환자들에게 case manager가 배정된다는 점이었다. 환자 한 명당 의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case team이 꾸려져 주거, 취업, 생활 면의 도움을 적극 제공하고 있었다. 주치의가 환자가 실제 살고 있는 환경을 관찰하기 위해 직접 그 집을 방문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순응도가 떨어지는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재입원을 예방하고 투약을 유지하도록 하는 community treatment order (CTO) 시스템이 있다는 점, 코로나 이후 follow-up loss를 예방하기 위해 전화나 영상으로 면담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영상면담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집에 있을 때의 환자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이나 집의 환경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료실에서는 마약 문제가 있는 환자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의료적 사유로 대마초를 사용하는 것이 합법이었고,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마를 피우거나 섭취하고 있었다. 첫 외래 참관일에 진료의가 자연스럽게 ‘대마는 얼마나 자주 피냐’, ‘용량이 어떻게 되냐’, ‘THC가 낮은 것으로 피워라’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게 와 닿았다. 또한 마약문제가 흔한 만큼 폭력적이거나 와해된 행동 등을 주소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에서 필수적으로 물질남용을 우선 배제해야 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마약 문제가 커지고 있고, 마약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병동에서 만나는 경우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앞으로 마약 문제를 평가하거나 진료하는 데 있어 참고가 될 만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참관하는 4주동안 다양한 클리닉을 방문하였는데, 내가 만난 모든 교수님들과 전공의들, 의대학생들은 늘 질문과 토론에 열려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과 캐나다 시스템의 차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했고, 덕분에 나도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많은 것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캐나다는 다인종, 다문화의 국가인 만큼 정말 다양한 환경과 언어, 옷차림의 환자들이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진료하는 한국인 의사로서의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되짚어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4주의 연수기간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매일 걸어 출퇴근하는 길이었다. 런던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이름 난 작고 한적한 도시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걷기에 참 좋았다. 특히 10월이 다가오며 낙엽도 지고 단풍도 물들고, 집집마다 할로윈 장식을 하고 있어 더욱 구경하기에도 좋았던 것 같다. 이번 연수는 잠시 환기하는 기간도, 시야를 넓히고 배움을 더욱 깊이 하며 다짐을 새로이 하는 기간도 되었다. 4년간의 전공의 생활의 끝을 앞두고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조윤지 회원(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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