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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세원 교수 추모위원회 경과 보고
故임세원 교수 추모위원회 경과 보고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20.12.24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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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정신과 전문의의 안타까운 죽음

2018년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한 해의 마지막 진료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려던 임세원 교수는 갑자기 찾아온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번 찔려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치명적인 공격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아직 외래에 있던 간호사와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느라 자신은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재야의 종이 울리기 불과 몇 시간 전, 온 세상이 새해를 맞으려 축제나 다름없이 들떠 있던 그 시간에 진료시간을 넘겨서 온 환자까지도 생각하고 성실하게 진료에 임한 의사는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가 집에 돌아오면 함께 저녁을 보내려고 했던 가족들의 일상은 더 이상 이루어질 수가 없게 되었다. 

故임세원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전문가로서 임상 진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왔다.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하는 데 기여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저술하기도 하는 등 자살 예방과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평생을 노력해왔다.

 

 

# 살인을 막지 못하는 의료 환경에 분노합니다

故임세원 교수의 죽음은 전국의 수많은 의료진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피해망상이나 충동 조절이 어려운 공격적인 환자들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접하게 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게는 자신 또한 경험했던 그 두려움이 뇌리를 강타하며 그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왔지만, 이는 비단 정신과 의사만 겪어본 상황이 아니었기에 전국의 의사들은 충격과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저 불운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러한 일들이 진료현장에서 너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불만을 품은 환자, 만취한 환자나 보호자가 위협적인 언사를 하고 협박을 하거나 심지어 기물을 파손하고 멱살을 쥐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이라면 진료과를 불문하고 의외로 자주 겪는 일들이다. 응급실뿐만 아니라 일반 외래나 병동 진료실에서도 의료진들은 폭력 등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환자가 날카로운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들 때 임세원 교수도 좁은 진료실에서 피하거나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았고 공격을 제지하거나 방어할 대책과 도움은 구할 수 없었다.

 

# 추모위원회의 발족과 추모식, 학술대회 추모관 운영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공격, 위협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결과와 피해를 초래하는 중죄이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의료진이 공격을 당하는 것은, 담당하는 다른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동시에 크나큰 피해와 충격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때로는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정신과 진료에서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법적, 제도적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면 故임세원 교수와 같은 의료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될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모두가 슬픔에 빠져있었지만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건 다음날인 2019년 1월 1일 이사회를 통해 故임세원 회원 추모위원회를 발족하였고 크게는 추모사업, 정책사업, 대국민사업의 세 가지 추진 방향으로 활동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에 국회를 방문하여 임세원법을 추진하고 조의금과 성금을 모금하여 많은 회원들 및 41개 관련 단체와 함께 2019년 1월 12일 추모식을 엄수하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모위원회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극의 원인이 빈약한 정신건강시스템과 지원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의 마련을 요구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자 추모와 더불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춘계와 추계 학술대회 기간 중에는 추모관을 운영하고 관련 세션을 개최하며 보다 나은 치료환경을 이루기 위한 결의의 시간을 가지고, 심포지엄을 통해 “안전하고 차별 없는 진료를 위한 정책 제언” 등 심도 깊은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공유하였다.
 

 

# ‘임세원법’의 제정과 故임세원 교수 의사자 선정, 그리고 국회토론회 개최
 


국회는 2019년 의료법 개정, 외래치료 지원제도, 정신응급센터 설치 등 일명 ‘임세원법(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안)’을 제정하여 정신건강 진료환경을 보완하였다. 개정안은 의료인 폭행 가중 처벌, 외래치료 지원제, 중증 환자 지원에 대한 정신건강 복지법, 지역사회 재활 및 치료 연계 지원, 정신건강응급센터 설치 및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수가시범사업 실시, 안전진료 태스크포스의 논의에 따른 정신응급 예산증액 및 안전관리수가 구성 등을 골자로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의 여지와 요구가 있었다. 이에 2020년 9월 22일 안전한 진료환경과 정신건강 치료지원체계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병 재선)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박용천),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회장 조순득)와 함께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으며,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계 종사자, 복지센터,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유관 단체와 기관들의 입장을 듣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2020년 9월 24일에는 보건복지부 의사상자 심사위원회를 통해 故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선정하였다. 故임세원 교수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피신과 안위를 걱정하여 위험을 알리고 구조행위를 하며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무릅쓴 의로운 자세와 행동으로 의사자에 선정되었다.

 

# 추모식과 추모콘서트
 


사건으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2019년 12월 3일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모위원회와 대한정신건강재단 후원으로 1주기 추모 콘서트 『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를 개최하였다. 가수 이은미, 박기영,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씨 등이 참여하여 음악과 대화를 통해 故임세원 교수를 애도하며 그의 정신을 기리고 유가족과 많은 정신과 의료진들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였다. 또한 그룹 ‘동물원’ 전 멤버이자 정신과의사인 김창기 씨는 故임세원 선생을 기리는 자작곡을 지어 발표하기도 하였다.
 


2020년 1월 11일에는 과거 그가 진료에 임하던 곳이자 삶의 마지막 장소였던 강북삼성병원에서 추모사업위원회 주관으로 故임세원 교수 1주기 추모식이 개최되어, 그를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 그의 의사로서의 뜻과 정신을 이어 가기 위한 노력들을 다시금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2020년 12월 8일에도 또 다시 2주기 추모 콘서트를 주최하여 최백호, 알리, 기타리스트박주원, 이한철, 가야금연주자 주보라, 듀에토 등 예술인들이 출연하여 음악과 예술을 통해 의사자 故임세원 교수를 함께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 그 외 관련 동향

• 조의금 1억 기부 : 안전한 진료 환경과 편견 없는 치료를 위한 유족들의 기부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도준 의학상 수상

• 고려대학교 교우회 참의료인상 수상

• 조울증 당사자카페 코리안매니아 의사자 상패 수상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2019 생명존중대상 수상2019년 4월 7일 보건의 날 청조근정훈장 수상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7회 보건의날 기념행사를 열고 마지막 순간까지 의료현장을 지킨 선생님의 희생정신을 언급하고 기리며 국민건강증진과 보건의료분야 발전에 기여한 임세원 선생님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추서하였다. 
 


• 2019년 11월 5일 국회자살예방포럼 특별상 수상

• 2020년 국회자살예방대상 공모 임세원 특별상 마련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주관 하에 진행된 제2회 국회자살예방대상 공모 시상식에서는 의사자 故임세원 교수의 뜻을 기리기 위한 특별상이 마련되어 수여되었다.

• YTN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신건강인식개선 캠페인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축제 故임세원 교수 추모 동영상 제작
 http://koreamentalhealth-knpa.com/ 
 MIND GARDEN ☞ 2 잊지 않겠습니다
 


• 추모위원회 임세원상 제정 및 외부인 수여

• 추모집과 추모영상 제작
 일기를 통해 故임세원 선생의 생각과 뜻을 기리고, 선생의 지인과 환자분들의 글을 모아 추모집을 제작하였다. 또 추모위원회와 가족이 함께 선생을 기리는 영상을 제작하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및 대한정신건강재단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하여 공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 임세원 독립영화 및 추모엽서 제작 추진중

 

# 그리고 남겨진 고인의 유지

생전의 故임세원 교수의 성품과 자세로 추정컨대 가해자를 미워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 배척을 키우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유족이 밝힌 고인의 유지는,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가 정신과 의사로서 그동안 건네 왔던 따뜻한 손길과 시선을 이어나가며 그가 바랐던 의료를 실현시키고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추모위원회는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정리: 하운식(뉴스레터팀,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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