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2-05 09:44 (월)
김제원 원장 추모사
김제원 원장 추모사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20.10.16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고인이 되신 김제원 원장을 기억하기 위해 추모 순서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김제원 원장은 의원을 개업한 것이 불과 수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개원의사회에 미처 가입도 못하고 이런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고, 김제원 원장을 잠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인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강직한 성품의 착한 사람입니다. 옳지 않은 일에는 어떤 한이 있어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 강직함을 가졌고, 약한 사람에게는 가진 모든 것을 베풀어 주고 편이 되어 주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품의 사람입니다. 

고인은 1979년도 부마사태로 민주화 바람이 휘몰아치던 해에 부산대학교 의예과를 입학합니다. 스크럼을 짜고 최루탄 가스를 피해 부산 광복동을 뛰어다니면서 그해 12월을 넘기고 이듬해, 삼엄한 통행금지를 겪으면서 많은 학생들은 집안에서 부모님들의 보호로 일상을 보내고 있을 즈음, 김제원 원장은 독재와 5 18의 부당함을 계속 항의하다가 옥고를 치르게 됩니다. 그 후 학창 시절 내내 지도교수님들의 감시 같은 특별 지도를 받으면서 졸업을 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희생자였고, 또 이 시대 민주화 세력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혜택보다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주변에 이름 없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부하고 사용하면서 평생을 살아왔기에 모아둔 재산도 많지 않습니다.

어떤 이념교육을 받았거나 정치적 편향이 있어서도 아니고 단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었기에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개원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벌써 3년 전에 개원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어야 되는 세월인데도 김 원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같은 건물 업주들이 정신과 치료시설은 혐오시설이고 위험 시설이라는 민원을 넣었고 그것을 이유로 구청과 보건소 심지어 구 의원들까지 나서서 개업을 반대하고 개업신고는 반려를 당합니다.

우리 동기들은 좀 쉽게 가자고, 입원실을 접거나 위치를 바꾸자고 조언을 하지만 본인은 “이렇게 되면 도심에서 정신과 환자들 입원실은 누가 개설하느냐”라고 하면서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 투쟁을 홀로 합니다. 결국 2년 여가 지나서 승소를 하고 개원을 합니다. 

어쩌면 민주화 경력 찬스를 꺼내 들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옳지 않은 행정집행과 정신과에 대한 편견에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용기 있는 대응을 택하였고 결국은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인이 되기 불과 열흘 전인 7월 23일, 그동안 격월로 모여 왔던 우리 정신과 의사인 의예과 입학 동기 5인은 그날 모처럼 김제원 원장이 제의한 건배를 들었습니다.

법적 투쟁으로 겨우 개원을 한 후로도 그는 그동안 받은 피해 사실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해 왔었는데, 그날은 피해액 일부 조정만을 남겨두고 승소를 할 것이라는 마지막 심리를 하고 오는 승리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이제 민사 소송이 끝이 나면 그것을 근거로 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중인 개인시설에 단전 단수를 하는 등등 그동안 핍박에 가까운 불법적 행위를 해왔던 사람들한테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변호사와 의논까지 마치고 왔다고 하면서 정말 모처럼 밝게 축배를 들며 파이팅을 외쳤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잔이 마지막 잔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허탈하고 황망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정신과와 개원가에 큰 힘이 되어 줄 인물이 개업에 합류하였다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졸지에 떠나 버렸습니다.

아마 지금 김 원장이 우리를 보고 있으면 “여러분들 안전에 특히 신경을 쓰시면서 건강하게 지내시라”라고 한마디를 할 것 같습니다.

 

훌쩍 떠나버린 김원장은 너무나 많은 숙제들을 남겨 두고 가신 것 같습니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포함해서 사회의 그릇된 편견과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아야 하는 당당하고 올바른 의사가 될 것을 주문하고 가신 것 같습니다.

김원장이 남기고 간 모든 것을 유산으로 받아서 우리는 끝까지 노력해보려 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원이의 40년 지기 친구

김제원 원장, 임세원 교수 추모위원회 공동 부위원장

부산경남 정신과 개원의사회 회장

박 성 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24길 27 (G5센트럴프라자) 522호
  • 대표전화 : 02-537-6171
  • 팩스 : 02-537-617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준수
  • 발행소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법인명 : 신경정신의학회보
  • 제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권준수
  • 편집인 : 이명수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npa1945@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