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2-05 09:44 (월)
마음의 전염병, 자해.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서 치유할 때다
마음의 전염병, 자해.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서 치유할 때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18.10.02 13:1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해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온갖 도구와 방법으로 자신의 몸에 경미한 상처를 내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다. 청소년의 10~15%가 자해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에서 두드러지게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자해 관련 검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자해 경험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하나의 문화 증후군과 같이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자주 접속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자해 인증 사진과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게재되면서 초등학생조차도 인터넷으로 자해도구나 방법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자해 행동이 확산되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염병처럼 무분별하게 번져가는 자해 행동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일종의 심리사회적 재난 상황으로 인식될 정도다. 자해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는 청소년과 청년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학교 상담실이나 지역사회의 청소년을 위한 기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정신건강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자해 유행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자해 방법이나 사진, 영상을 담은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분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구나 조직을 구성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바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자해 행동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외면과 방관, 억압으로는 자기파괴적인 자해 행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확산되는 자해 행동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지, 자해를 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도울 수 있는 효과 있고 검증된 치료적 접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마음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해하는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가족, 학교, 전문가, 사회 및 국가는 자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자해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I. 자해란

자해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해를 시작하는 나이는 대개 12세에서 14세며, 20세가 되기 전 자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해의 종류에는 손목과 팔 등의 피부 긋기, 문지르기, 긁기, 잘라내기, 부딪히기, 멍들게 하기, 스스로 자신을 때리기, 화상 입히기, 약물 과량 복용하기, 위험한 물건 삼키기 등이 있다. 주로 면도칼이나 커터칼 이외에도 가위, 펜 끝, 손톱, 유리 조각, 깨진 CD, 부러뜨린 칫솔 등 다양한 자해 도구를 사용하여, 손목, 팔, 허벅지, 어깨 등 여러 신체 부위에 경미한 상처를 낸다.


II. 자해를 하는 이유

자해를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해서 자해를 한다.’고 말한다.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의 주요 스트레스는 공부, 친구 관계, 가족관계다. 

청소년들은 자해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 “자해는 내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해 준다.”
- “멍한 느낌이 들 때 자해를 하면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 “내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남에게 알리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
- “부모님을 화나게 하기 위해 자해를 한다.”
- “죄책감이 들 때 자해를 한다.”

자해로 인한 만족감은 일시적이고, 모든 것을 악화시킨다. 자해는 병적이고 위험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므로,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III. 자해 행동의 징후

청소년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자해를 하고 있을 수 있다. 

- 계절과 맞지 않는 복장: 더운 날씨에도 긴팔옷을 입음
- 손목밴드를 계속 붙임
- 신체가 드러나는 학교 활동 참여를 꺼림
- 붕대를 자주 사용함
- 면도날 같은 적절하지 않은 용품 소지
- 피부 위에 설명되지 않는 화상, 자상, 상처 및 흔적이 있음
- 우울, 불안, 불면 등 심리적 증상이 악화됨

자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60%는 다시 자해를 한다. 자해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부모와 교사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IV. 자해의 위험성

‘자살할 생각은 없고, 자해만 하고 싶다’는 청소년의 말. 과연 안전한가?

청소년의 뇌는 성장 중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으며,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이 시기에 죽고 싶다는 의도가 없더라도 자해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청소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며,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자해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V. 시급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위험한 경우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은밀한 비밀로 감추어 둔다. 아이가 자해하는 걸 알게 된 부모조차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자해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는 매우 위험하며 시급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위험한 도구를 사용한 자해
- 정기적으로, 규칙적으로 시도하는 자해
-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내면서 자해하는 경우
-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 자해 충동을 극복하는 방법

불쑥 올라오는 자해를 하고 싶다는 충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자해를 하지 않고 충동을 견디거나 해소한다면, 그 후로 자해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약해집니다. 자해 충동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1. 대화하세요.
- 친구와 만나도 좋고, 전화를 걸어도 좋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면 상담사에게 전화를 해도 좋습니다.

2. 함께 있는 사람이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세요.  

3.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세요. 
- 자해 충동이 생기면 15분 동안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보세요.
- 외출하기, 음악 듣기, 운동 등 무엇이든 해롭지 않은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즐겁고 편안한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 눈을 감고 기쁨을 주는 장소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 심호흡, 복식호흡, 명상, 요가도 큰 도움이 됩니다. 

5. 감정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 꼭 붉은 피를 보고 싶다면, 붉은 펜으로 손목에 선을 긋는 방법도 있습니다. 

6. 고통을 느끼고 싶다면, 해롭지 않은 고통을 찾아보세요. 
- 아주 매운 음식 먹기, 얼음 움켜쥐기, 냉수로 샤워하기도 좋습니다. 

7. 긍정적인 일에 마음을 집중하세요. 

8. 감정을 써보세요. 
- 일기 쓰기, 자신에게 편지 쓰기를 해보세요.
- 자신의 감정을 자세히 기록해서, 어떨 때 자해 충동이 생기는지, 어떻게 충동이 사라지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9.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봐도 자해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세요. 

10. 자신을 사랑하세요. 
- 당신은 세상 그 무엇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 자해하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을 위한 지침

1. 감정표현이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자신의 자녀가 자해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대개의 가족은 크게 놀라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때로는 화를 내며 이런 걸 왜 했냐고 따지기도 합니다. 아이 앞에서 펑펑 울게 되기도 합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며 자녀와 얘기하는 것을 피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자녀가 자해를 했을 때, 냉정을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자녀를 너무 강압적으로 훈육해왔다면 그 모든 것이 엄청난 후회로 몰려오며 심하게 자책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족들의 감정반응은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지속되고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은 자녀의 문제를 방치하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부모 입장에서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고 일부는 드러나겠지만, 표현의 강도가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2. 감정표현을 너무 억압하고 참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자녀가 자해하는 이유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어서라고 판단하고,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 평소 같았으면 화냈을 상황에서도 괜찮은 척하면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부모가 계속 참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도 폭발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다시 감정을 억누르며 견디는 시기로 돌아가곤 합니다. 이처럼 참다가 폭발하는 방식의 대처는 자해를 하는 자녀와 부모에게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패턴으로, 일종의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녀의 자해와 심한 감정 기복을 도우러 다가간 부모조차 심한 감정 기복을 겪게 되곤 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너무 참지도 않고 너무 과도하게 감정표현하지도 않는, 보다 감정의 폭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3. 자녀의 요구를 갑자기 다 들어주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합니다. 

자녀가 자해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직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라 판단하고 갑자기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태도 변화로 인해 오히려 자해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해를 한다고 해서 자녀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도록 주의합니다. 


4. 자해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관심을 얻으려고 자해를 한다는 생각에, 자해에 대해 '그런 거 해봐야 죽지 않아', '넌 용기가 없어서 못 할 거야' 등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약간 도발적인 측면이 있어서 우발적인 문제가 생길 위험성도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5.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갑작스레 변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자해라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나?', '부모를 가지고 놀려고 하나?' 하는 생각에 그동안 지속되어온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차단하고 갑자기 과도하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문제행동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모의 태도는 천천히 변화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 진지하게 자녀의 어려움을 들어줍니다.

자해는 자녀가 정신적으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은 후 '어쩌다 이렇게 하게 된 것인지 너의 얘기를 듣고 싶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너무 심문하는 느낌이 되지는 않도록 주의합니다. 


7.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혹시 꽤 오래전부터 자해를 했는데도 부모가 알아채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면, 그리고 마음속에서 미안한 마음이 드신다면, '그렇게나 오랫동안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몰라줘서 미안하구나'라고 가벼운 사과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8.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자해는 부모님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정신건강전문가의 평가와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간단해 보여도 불안성향, 사회성, 성격,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인 평가 후에 본인 상담, 부모 상담, 가족치료뿐 아니라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전문가에게 방문하기 전에 평소에 잘 관심을 두지 못했던 자녀의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 등 주변 상황을 잘 물어보고 오시면 보다 적절한 조언을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9. 마음은 급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떠올립니다.

자해문제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매우 걱정되는 문제이고 빨리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100미터 달리기처럼 빨리 달리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고 마라톤처럼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부모님도 자해를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꾸준히 노력해 주신다면, 천천히 자녀의 감정 기복이 줄어들고 자해가 줄어들면서 평범하고 건강한 자녀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10. 치료의 목적은 자녀와 부모 모두가 덜 고통스럽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해를 하는 자녀를 살리기 위해 부모가 다 희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료의 목표는 자녀와 부모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부모의 감정 기복이 심한데 자녀에게만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때로는 부모 자신이 치료받고 건강해지면서, 자녀도 비로소 건강해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글쓴이_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마음드림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옹뭄 2022-04-28 00:02:22
감사합니다.

평범한시인 2022-03-14 22:51:02
멋진 글입니다.
따뜻한 글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Jay 2020-08-06 06:13:15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이 도움됐어요.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24길 27 (G5센트럴프라자) 522호
  • 대표전화 : 02-537-6171
  • 팩스 : 02-537-617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준수
  • 발행소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법인명 : 신경정신의학회보
  • 제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권준수
  • 편집인 : 이명수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신경정신의학회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npa1945@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