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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센터의 올바른 정착을 기원하며
치매안심센터의 올바른 정착을 기원하며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18.08.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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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정책이사  홍창형

 

대한민국은 앞으로 7년 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노인병이 많아지고,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도 많아진다.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은 738만 명으로 74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치매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치매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돌봄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포하여 치매안심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보이면서 초스피드로 전국에 252개 치매안심센터가 설립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만성정신질환자의 권익과 재활을 위해 노력해오며 2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들보다 센터 수, 직원 수를 압도하는 매머드급 센터가 한꺼번에 전국 규모로 생기는 것이다.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올바른 정착이다. 처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치매안심센터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치매인식개선/교육홍보사업, 치매가족 지원사업, 치매환자 쉼터 운영사업, 치매조기검진 및 예방사업, 상담 및 등록관리사업을 하게 되어 있다.

현행대로라면 지역 현황에 꼭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기보다 지침에 따른 실적 쌓기 경쟁이 될까 봐 우려스럽다.

 

작년부터 전국에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되면서 노인정신의학회로 회원들의 다양한 고충 및 건의가 들어와서 지역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의 의견을 자세히 수렴한 후 복지부 주무과장에게 정책제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회원들이 제시한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탁제가 아닌 직영제 운영이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전문성을 확보하는 사업운영방식이 위탁제도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따라 직영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센터장은 치매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보건소장이 되고,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전문의(관내 해당 전문의가 없는 경우 예외 인정)가 협력의사의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

그동안 위탁이 아닌 직영센터의 경우 매뉴얼에 따라 의미 없는 단순한 양적 실적과 순위에만 목매는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앞으로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건강노인을 대상으로 매년 몇 만 건씩 치매선별 건수를 올리는데 매진할까 걱정된다.

USPSTF(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지침에 의하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치매선별을 하는 것은 선별검사에 대한 장점 또는 피해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아직 권고사항이 아니다. 치매가 있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근거에 입각한 다양하고 통합적인 사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치매 및 노인정신보건사업에 전문성이 풍부한 일부 지역만이라도 치매안심센터를 대학병원 등에서 위탁 경영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협력의사의 역할이다.

치매안심센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공공의료를 담당하면서 1차, 2차, 3차 치매예방사업을 체계적으로 지휘, 감독, 조정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행 협력의사의 주된 업무는 주 8시간을 근무하면서, 치매안심센터 소속의 임상심리사 또는 간호사가 시행한 CERAD 또는 SNSB와 같은 치매정밀검사에 대한 해석 및 평가, 월 2회 치매사례관리 회의참석, 검사결과를 대상자에게 설명하는 일로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진료의 연장선으로 치매사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없다. 숙련되지 않은 직원들이 시행한 검사결과를 근거로 치매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주 8시간의 근무시간으로 인해 기존 병원의 근무시간이 부족해져 청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청구 문제는 복지부와 심평원으로부터 공신력 있는 답변을 들을 필요가 있다.   

 

셋째, 민간병원과의 서비스 중복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센터 설립의 목적에 따라 치매선별검사 및 치매진단평가를 매년 대규모로 시행하게 되어 있다. 동일한 검사에 대해 치매안심센터는 무료인데 병원에서는 돈을 받는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동일한 검사, 동일한 진단을 받는데 협력의사가 있는 병원에서는 접수비, 면담비, 검사비를 내야 되지만, 치매안심센터는 동일한 의사가 있지만 모든 것이 무료이다. 치매안심센터와 지역 내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으면 거점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비거점 병원에서의 치매 검사 및 진료 행위의 경쟁력 감소가 생길 수 있다.  

 

얼마 전 대한공공의학회 소속 지방 OO시 보건소장으로부터 하소연하는 전화를 받았다. 치매안심센터가 설립되어 이를 기반으로 치매뿐 아니라 노인우울증, 노인자살, 화병 등 노인들에게 흔한 문제를 통합관리하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직원들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있는 것만 해야 된다는 것이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 치매 말고도 다른 노인문제가 불을 보듯 많아질 텐데 향후 치매안심센터 규모의 다른 센터가 설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당분간 치매안심센터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통합사정평가 후 치매뿐 아니라 노인우울증, 화병, 자살 등 다양한 노인문제를 한꺼번에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자 구분만 다르지 검진, 치료연계, 재활, 사례관리, 보호자지원 등의 과정은 비슷하고 노인이 되면 인지저하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함께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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