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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관리 대책, 어렵지 않습니다 
정신질환 관리 대책, 어렵지 않습니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18.07.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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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완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광주북구정신건강센터장)

 

근래 조현병 환자로 인한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리 대책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해외의 의료 및 정신보건 체계하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보면 국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관리 체계와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경찰관 순직이 발생한 경북 영양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건강센터)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다. 과거 치료감호 병력이 있는 환자가 퇴원 후 여러 차례 소동을 벌였는데 그간 적절한 개입이 되지 않은 것에 정신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특성이 영향을 주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정신건강센터장으로 있는 광주광역시였다면 어땠을까?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주민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자살위험성으로 경찰에 신고가 되면 해당 지역 정신건강센터로 연락이 오게 된다. 그리고, 경찰과 정신건강센터 응급 대응팀이 함께 현장으로 출동하여 협력한다. 실제 광주지역에서 지난 한 해 자살 등의 정신의학적 응급 상황이 발생해 경찰과 센터의 정신보건인력이 함께 출동한 경우가 700건이 넘는다. 응급하게 입원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당직 정신의료기관을 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입원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주민이라도 응급구호비를 지원하여 필요한 입원이 지연되지 않도록 한다. 퇴원 시 정신건강센터와 협력하여 치료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사례관리를 한다. 아울러 정신건강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40여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마음건강주치의의 도움도 받는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스템은 정신건강센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지역에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지역정신건강센터에서도 광주와 같은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 때문이다. 광주광역시는 다행하게도 정신보건시범사업 지역이라 타 지역에 비해 예산 투입이 더 커서 비교적 많은 정신건강전문인력과 전문의들이 지역사회에 근무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인구 1인당 지역사회 정신보건예산은 6,707원으로 미국의 22,782원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규모이긴 하나, 경북 지역의 2,605원에 비해 2.5배 정도 많다. 예산과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정신건강 관리체계 운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내실 있는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먼저 정신보건 예산을 2~3배 증액하고 전문인력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여러 지역사회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으로 입원 치료 후 퇴원할 때 보건소나 정신건강센터로 의뢰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소로 퇴원 통지된 환자 중 정신건강센터에 등록해 관리를 받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역사회 관리를 원치 않는 대상자를 정신건강센터로 연결한다 해도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기 어렵다. 필자는 모든 조현병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의 도움 없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조현병 환자도 많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서 외래 방문을 점검하고 사회적응과 정신건강센터 연계를 도울 수 있는 ‘병원 기반 사례관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하여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면 충분히 회복되고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다. 때문에 치료하고 있는 병원이 포괄적인 정신사회적 중재를 함께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도움될 것이다. 현재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제도가 자살사망률 감소에 기여한 점을 돌아보면 조현병 대상자를 병원에서 사례관리하고 정신건강센터로 연계하는 과정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요하다.

정신보건예산이 증액된 광주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센터 등록 비율이 7개 광역시 중 가장 높다. 특히 조현병의 발병 시기인 청년 환자가 전체 신규 등록의 50%를 넘는데, 이는 다른 지역 센터의 15%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광주의 청년 정신건강센터인 ‘마인드링크’의 올해 신규 회원 중 절반 이상은 본인이나 보호자가 스스로 방문해 등록이 이루어졌다. 이는 적절한 예산 투자로 시스템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정신보건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지고 안정적 관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따라서, 이러한 투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전문적인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조현병 환자들을 주로 만나고 있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최근의 상황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서류 몇 장과 문구 수정으로 인한 대책 수립이 아닌 적절한 예산 투입과 인력의 충원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투자는 우리 모두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가장 경제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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