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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마약류’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의 재분리를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이제 다시 ‘마약류’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의 재분리를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18.06.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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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보험이사

진접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신용선

 

현재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의 일종으로 분류되어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을 보면 ‘마약류란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원래 마약법,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으로 구분되어 각각 시행되었던 것을 2000년도에 이르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제정된 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즉, 2000년도 이전까지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법적으로 ‘마약류’가 아니었던 셈이다.

문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류의 일종으로 분류되면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불안장애, 수면장애, 기분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과 질환 전반에 폭넓게 처방되는 약물로써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약물이다.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적절한 향정신성의약품의 처방은 환자의 질병 치유와 삶의 질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정신과적 질병의 치료를 위해 반드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치료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하지만 단순히 ‘마약류’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불러와 환자나 보호자가 투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막연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일으키는 ‘마약류’라는 경색된 어감과 부정적 인식에 의한 투약 기피는 치료가 지연되어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환자가 질병으로 인해 더욱 오랫동안 고통받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도입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마약류의 제조·수입·유통·사용 등의 모든 취급 과정을 정부가 전산과정을 통해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데 일조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프로포폴, 졸피뎀 등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문제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보건당국이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이를 관리, 통제하려는 취지라면 그러한 법률과 행정시스템보다는 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진료 시 환자에게 충분한 교육과 지도를 하고, 오·남용 정도가 신체적 의존의 정도로 질병의 범주라면 그것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주위의 불편한 시선 등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무릅쓰고 병원에 어렵게 내원한 환자들에게 ‘마약류’ 복용이라는 굴레까지 씌우는 것은 분명 국민정신건강의 치료적 방향과 맞지 않다. 앞으로 이른 시간 내에 법률 재정비와 제도개선을 통하여 불필요한 불안을 일으키고 사회적 편견을 가져오는 마약류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외한 후 예전처럼 따로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에게 치료접근성을 높이는 등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 우리 모두 이제 다시 ‘마약류’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의 재분리를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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