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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Jung CG) 학파의 그림분석
융(Jung CG) 학파의 그림분석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18.04.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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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융은 무의식으로 하여금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1916년에 후년의 학설의 중심이 된 만다라Mandala를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1918년부터 적극적으로 마음 속에 우러나오는 충동에 맡겨 그림을 그리면서 이 과정이 자기를 어디로 이끌어 가는가에 관심을 두었다. 만다라가 정신적인 발전의 목표이며 마음의 중심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27년에는 꿈에서 본 만다라를 그려 ‘영원으로의 창’이라고 이름 붙였고, 황금의 성이 있는 만다라를 그렸다. 중국 그림 같은 인상을 주는 이 그림은, 리하르트 빌헬름Richard Wilhelm이 번역했고 융에게 해석을 구해 온 도교경전인 『태을금화종지』의 내용과 우연히 일치하였다.

 

융학파의 분석과정에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그림을 통해서 환상이나 꿈 등 무의식의 내용이 드러날 수 있으며, 그림을 그림으로써 감정기능을 살리고 무의식의 창조적인 기능을 자극하여 의식의 자아에게 치유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다는 데에 이유와 목적이 있다. 즉, 무의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살리고 그 내용을 의식에 동화시키는 등의 의식화 과정의 하나의 방편으로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권할 경우에도 보통 무의식에서 그러한 필요성이 제시되었을 때 시작한다. 전혀 그림을 그릴 줄 모르던 정신병 환자가 불후의 명작과 비길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을 낳게 되는 것은 이들을 사로잡은 집단적 무의식의 신화적 유형(archetype)의 엄청난 상징들을 이들이 끊임없이 묘사해 나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그려진 그림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구태여 그림을 해석하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는 자체만으로 치료적 의미가 있다. 서툰 해석은 침묵보다 해롭다. 그림을 통한 치료와 그림분석 과정에서 치료자의 주관적인 편견과 무의식적 투사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융학파 분석가 수련과정에는 그림의 심리학적 해석에 대한 수련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시험을 친다.

 

분석가가 피분석자의 그림의 심리학적 이해를 위해 참고하면 좋을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는 있으며,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은 숙지한 후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첫번째로 그림에 대한 분석가의 주관적 반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직관, 감각, 사고, 감정 기능을 다 활용한다. “나의 몸은 이 그림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나 싫어하나?” “이 그림이 나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가 북돋우는가?” “이 그림이 나를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에 있게 하는가? 그림 속 형상들이 조화로운가?” “이 사람의 그림치료가 가능한가?”’ “이 그림이 걱정할 만한 어떤 것을 암시하고 있는가?” 그림에 편향되게 접근하지 않으려면 분석가 자신의 열등기능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분석가의 무의식이 피분석자의 그림해석 시에 투사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가설로서의 그림해석에 대한 건전한 의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가설과 반대가설을 함께 고려해 봄으로써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도록 한다. 

두번째로 자발적으로 선택된 화구와 재료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선택된 종이의 크기와 질을 살펴보며, 세번째로 공간과 형태를 살펴본다. 공간의 배분, 형상의 비율, 형상의 움직임, 어떤 형상을 얼마만큼 정성들여 그리고 있는가, 붓의 터치는 어떤가 등을 보며, 형상의 결합과 구성을 살펴본다. 결합된 공간-상징에 대해 Rudolf Michel의 모델을 더 발전시킨 모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른쪽위 사분위의 공간은 ‘집단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의 자리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정받은 가치, 신념, 교육으로부터 위임받은 것,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나타내는 자리이다. 오른쪽아래 사분위의 공간은 자연, 몸, 물질, 대지를 나타내며 ‘모성적인 것’과 안전함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성과의 결속관계에 고착되어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왼쪽위 사분위 공간은 정신적인 적, 비물질적인 적, 종교적인 것을 나타내며 ‘부성적인 것’과 관계된 것의 장소로,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드높여진것’ 혹은 ‘고양된 것’을 나타낸다. 왼쪽아래 사분위의 공간은 ‘집단적 무의식’, 원형과의 관계, ‘인류의 근원적 자원’, 인류의 근원으로 귀환 또는 그것으로의 출발을 나타내는 자리이다. 퇴행, 죽음 또는 재생의 장소이다. 우측 방향성은 외부현실지향, 의식성을 가짐, 외향성, 타자(너)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상방향성은 무의식이 의식화되고 의식성이 발달하며 무의식 속의 가능성이 삶의 목표로 실현되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우하방향성은 부성적인 것으로부터 모성적인 것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좌상방향성은 모성적인 것으로부터 부성적인 것으로 향하는 방향이며, 초월적인 것으로의 지향을 의미한다. 좌하방향성은 내면의 심상, 무의식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무의식으로의 전환 또는 퇴행을 의미할 수도 있다.

네번째로 유의하여 보아야 할 관점은 색채Color와 수Number의 상징이다. 색채와 수 하나하나에 대해 인류가 예로부터 부터 무엇을 생각해 왔는가를 살펴보고 이를 종합하는 이른바 확충amplification의 방법으로 그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여야 한다.

다섯번째 관점은 그림 내용에 대한 분석이다. 꿈을 해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Image에 대한 상징을 알아야 한다. 그림내용의 상징성은 특히 원형적 내용과 원형상(archetypal image)이 많이 드러나는 그림의 분석에서 중요하다.

 

그림은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지니고 있어야 하고 환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그림의 원본을 바라보기를 원하며 그들이 원본을 바라볼 때 무의식이 표현하고자 한 것을 느끼게 되고 그림은 환자의 심리적 체계와 존재에 작용하게 되며 치유적이며 창조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글쓴이_ 김 계 희     

국제(IAAP)공인 융학파 분석가

용인정신병원 외래정신치료클리닉 팀장

용인정신병원 진료부원장

 

 

참고문헌

1. Rhi BY. Textbook of Analytical Psychology. 3rd edition. Seoul: Iljogak;2011. p293-303

2. Abt T. Introduction to Picture Interpretation according to C.G. Zurich: Living Human Heritage Publications.

3. Jung CG. A Study in the process of Individuation, CW 9-1.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Ltd.; pp290-354

4. Jung CG. Symbolic Life. CW 18.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Ltd.;1935. para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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