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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사건사고에 대한 기사 분석 및 개선방향
정신질환 사건사고에 대한 기사 분석 및 개선방향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승인 2018.11.12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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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 관련 사건사고가 언론 보도를 통해 떠들썩한 한 해였습니다.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 사망>, <벽돌로 ‘퍽’, 조현병 30대 남성 묻지마 폭행에 4명 피해>, <”왜 돈 함부로 써” 베트남 아내 흉기로 찌른 조현병 남편>, <”왜 용돈 안 줘” 어머니 찾아가 흉기로 찌른 ‘조현병 아들’>, <정신병원 가기 싫어 노모 살해... 조현병 불안 공포 확산> 이러한 언론 보도는 제목만으로 대중의 불안을 자극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악화시킵니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는 정신질환자를 언제든 돌변해 폭력을 휘두르는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게 하고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합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더라도 정신질환자를 향해 옮겨 적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표현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보도에서 정신질환 관련 사건사고 보도는 자살 보도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명인의 자살 보도에서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이는 한국기자협회 정관으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두고 분기별로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을 시상하는 등 기자협회의 자정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물론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공동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잘못된 자살보도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점차 개선되었습니다. 얼마 전 아이돌 및 정치인의 자살 사건 당시 언론의 잘못된 보도 형태에 대한 지적글이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오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대중의 인식이 변하면서 잘못된 보도행태에 대해 기자협회보 및 언론사 후속 보도로 자성의 기사가 나오고 방송사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제제를 받았습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5가지 원칙

1.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2.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합니다.
4.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합니다.
5.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위원회에서는 올 한 해 주요 언론사 및 방송사에서 보도된 정신질환 관련 사건사고의 언론보도를 예비연구 형식으로 분석해 보았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징 1)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또는 진단명을 포함해 보도
특징 2) 정신질환과 사건 사이에 인과성에 대한 근거 제시 없이 단편적으로 보도
특징 3) 정신질환의 판단 근거 및 관리 상태에 대한 정보 부족
특징 4) 정신질환과 관련된 객관적인 정보 부재 또는 부정확한 정보 포함
특징 5)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 자문의 부재

 

여러 언론보도 중에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무서운 조울증? 20대 여성, 고속버스서 처음 본 남성에 칼부림> 기사는 제목에 “무서운 조울증?”이라는 문구를 포함시켜 해당 정신질환 자체가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위험한 질환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경찰은 A 씨가 5년 전부터 조울증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로 기술되었고 실제 범죄행위와 조울증 사이의 인과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음에도 조울증이 범죄의 일차적인 원인인 것처럼 보도되었습니다.

<OO초 인질범 “학생 잡고 세상과 투쟁하라”는 환청에 범행, 조현병 치료 전력> 기사도 제목에서 조현병이 범죄행위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되었습니다. 기사에는 “사실 관계 파악 결과 조현병 치료 전력이 확인됐다. …… 장애인 일자리 근로자인 양 씨는 전날 오전 8시 모 구청에 출근한 뒤 오전 10시 30분쯤 약을 먹기 위해 집으로 귀가했다가 우편함에서 국가보훈처에서 발송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 경찰은 양 씨가 간질 증상을 보임에 따라 체포 직후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 …… 양 씨는 과거 3∼4차례 폭행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폭행 사건 당시에도 조현병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볼 때 범죄 행위의 배경에 여러 상황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조현병과의 인과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과거의 폭행 사건도 조현병의 증상이었다는 식으로 왜곡해 보도했습니다. 더욱이 해당 사건은 이후 재판 과정에서 환청에 의한 범죄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 ‘조현병’ 환자 범죄 이어져> 방송사 뉴스 보도에서는 진단명이 조현병으로 언급되어 있지만 보도 내용을 보면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6년 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조현병 증세를 보였습니다.”라는 내용을 고려할 때 사고 이후 뇌손상에 따른 조현병 증상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조현병 진단으로 잘못 보도되었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자문을 거쳤다면 바로잡을 수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보도에서 이러한 전문가 자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언론보도에 대한 주요 선진국의 대처를 확인해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우선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나라에서는 주기적으로 정신질환 관련 사건사고 언론보도에 대해 체계적인 기사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 횟수와 내용에 대한 분석을 해 부적절한 기사 및 바람직한 기사에 대해 원인과 영향에 대한 근거자료를 남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주로 국가연구로 지원을 받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원으로 수행되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연구를 통해 언론보도의 추이를 파악하고 향후 사회적 편견을 줄여가기 위한 자료를 마련하는 점에서 정부기관과 정신질환 관련 기업이 공동의 지원을 하는 셈입니다.

또한 공익 재단을 통한 대중인식 개선 및 언론보도 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사업내용에는 1) 언론 보도 작성 시 정신질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 제공 및 자문을 해줄 수 있는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2) 언론 대상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우수보도에 대한 시상을 하며, 3) 정신질환 전문가 및 언론사 공동 워크숍, 4) 언론인 지망 학생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있겠습니다. 관련 내용은 해당 공익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보기 쉽고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제공됩니다. 영국의 Time to change (https://www.time-to-change.org.uk/), 캐나다의 MINDSET (https://sites.google.com/a/journalismforum.ca/mindset-mediaguide-ca/),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TEAM UP (http://www.eiconline.org/teamup/), 뉴질랜드의 Like Minds Like Mine (https://www.likeminds.org.nz/)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입니다.
 


특히 뉴질랜드 Like Minds Like Mine에서 제공하는 언론사 보도 가이드라인은 시각적으로 보기 쉬우면서 언론보도에서 해서는 안 되는 내용과 해야 할 내용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어 언론인과 일반 대중이 가질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시켜 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수 언론보도의 시상에 있어서 영국의 Mind Media Awards는 대기업 Virgin의 후원을 받아 라디오와 드라마, 신문, 방송뉴스, 출반, 언론 분야 학생 등 14분야에 걸쳐 시상을 합니다. 다양한 영역의 언론 직군에서 정신질환과 관련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보도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A Maiorano 등은 2017년에 발표한 리뷰논문에서 언론영역의 정신질환 편견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신과 전문가와 언론인 또는 언론인 지망 학생과 직접 만나서 진행되는 교육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열린 “언론기자단 합동 심포지엄”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앞으로도 학회와 기자단 간에 정신질환자의 편견 해소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공동 워크숍이 지속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사건사고 관련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번에 언론보도의 특징을 정리를 하면서 간략하게나마 이상적인 언론보도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1) 기사 제목에서 정신질환 및 진단명 언급의 자제
2) “정신질환자”라는 포괄적인 표현 자제
3) 진단명 등 기제 시 해당 진단의 확인 근거 제시
4) 진단명 기제 시 어떻게 관리되고 있었는지를 포함
5) 정신질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함께 제공
6)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 의견을 포함

앞으로 학회 및 정부, 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정신질환 사건사고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진료 영역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보호자, 의사는 정신질환의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대중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줄이려 노력합니다. 언론은 그 사이에서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합니다. 특정 사건사고에 대해 언론에서 어떤 시각으로 다루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신질환자, 의료진, 언론과 대중이 동일한 사회 공동체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인만큼 정신의학 전문가와 언론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대중의 잘못된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발표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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